호텔 아트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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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법 연작은 흔히 1970년대 초기(연필) 묘법, 1980년대 중기 묘법, 2000년대 이후의 후기(색채) 묘법으로 구분된다. 연필묘법이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비우고 수신하는 과정에 중점을 두었다면, 색채묘법은 손의 흔적을 강조하는 대신 일정한 간격의 고랑으로 형태를 만들고 풍성한 색감을 강조하여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작가의 대표 연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작품 제작을 위해 작가는 두 달 이상 물에 충분히 불린 한지 세 겹을 캔버스 위에 붙이고, 표면이 마르기 전에 흑연 심으로 이뤄진 굵은 연필로 선을 그어 나간다. 연필로 긋는 행위로 인해 젖은 한지에는 농부가 논두렁을 갈 때와 마찬가지로 좌우로 밀려 산과 골의 형태가 만들어진다. 물기를 말린 후 스스로 경험한 자연 경관을 담아 내기 위해 표면에 아크릴 물감을 덧입힌다. 이렇게 연필로 그어내는 행위를 반복해 완성된 작품에는 축적된 시간이 덧입혀지고, 작가의 철학과 사유가 직조한 리듬이 생성된다.

미국의 폐품 조각가인 존 챔벌린은 불안정하면서 순간적인 정연함을 통해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작업을 했다. 챔벌린은 금속 자동차 부품으로 역동적이면서 달콤한 색을 가진 형태이자, 추상 표현주의의 활력과 팝 아트의 언어를 결합한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1940년대 중반 미 해군의 일원으로 항공모함에서 보낸 시간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며, 금속을 압축하여 복잡한 접힘과 질감을 생성한 다음 서로 다른 요소를 함께 용접함으로써 전체 비율에 관계없이 볼륨과 질량을 강조하는 3차원 콜라주 기법을 발전시켰다.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형식적 이질성과 작업 과정의 직접성에서 챔벌린이 가진 재료 고유의 속성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볼 수 있다.

작품명인 ‘noneloquent’는 ‘기능적이지 않은’이라는 뜻으로, 한국 민속 물건들의 특징에 대해 생각하며 시작된 작업이다. 한국 민속 물건들은 사용자와 제작자가 동일하여 물건이 사용자의 습관, 인체의 사이즈, 목적 등에 완전히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 목적이 불분명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이나 생활에 맞춰 그 물건을 대입해 사용하게 되고, 결국 물건은 시대와 환경, 사용자의 경험에 따라 그 기능이 해석되고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Noneloquent>는 이러한 사고의 흐름을 유도하는 작업으로 시작되었다. 물건이 가지는 기능을 나타내는 형태가 무작위로 주어졌을 때, 사용자는 이 형태에 대해서 처음에는 ‘이게 뭐지?’  라고 생각하지만, 곧 자연스럽게 다양한 그 목적성을 찾게 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창공해로蒼空海路>는 호텔 나루를 위해 기획된 대형 블라인드 설치작품이다. 높이에 따라 형태가 점진적으로 전개되는 구조는 관객의 시선을 호텔 로비의 통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마포나루’의 옛 물길로 자연스럽게 이끈다. 상업·무역·교통의 요충지 마포나루를 오고 가던 도하선은 사라졌지만 ‘나루’라는 단어와 마치 돛을 펼치고 물길을 거슬러 항해하는 배처럼 각기 다른 높이로 연결된 블라인드가 마포의 지난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 로비에서 작품을 올려다볼 때 색깔의 그라데이션 효과와 블라인드가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시각적 형태가 역동성을 자아내기도 한다. 강과 하늘, 땅과 같은 풍경에서 유래한 온화한 중간 색조로 연출된 <창공해로>는 통창으로 들어오는 외부의 빛을 품으면서 절기의 흐름 속에 녹아든다.

하종현은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50여 년에 걸쳐 유화를 다뤄왔다. 1962년부터 1968년까지 작가는 즉흥적인 추상예술 경향인 앵포르멜 스타일의 추상 유화 작업에 몰두했다. 이후 전위적 미술가 그룹인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결성한 1969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석고, 신문지, 각목, 로프, 나무상자 등 오브제를 중심으로 한 ‘물성 탐구의 기간’을 거쳤다. 이 시기에 작가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 군량미를 담아 보내던 마대자루를 비롯해 밀가루, 신문, 용수철, 철조망 등 비(非)미술적이고 비(非)전통적 매체로 캔버스의 양면을 모두 활용하는 실험적인 작업방식을 시도했다. 그리고1974년부터 지금까지 마대자루를 활용한 경험에서 출발, 고유한 기법으로 자리매김한 ‘접합’ 연작을 완성해가는 중이다. 하종현은 올이 굵은 마포 뒷면에 두터운 물감을 바르고 천의 앞면으로 밀어 넣는 배압법(背押法)을 통해 독창적인 작업 방식을 구축했다. 앞면으로 배어 나온 걸쭉한 물감 알갱이들은 나이프나 붓, 나무 주걱과 같은 도구를 사용한 작가의 개입으로 다시 자유롭게 변주되고, 마침내 물질과 행위의 흔적이 결합된 결과물로 완성된다. 특히 캔버스 뒷면에서 앞면으로 물감을 밀어내는 방식의 파격적 방법론에는 작가가 추구해 온 기성 형식에 대한 저항적 태도가 담겨 있다. 그는 단색화 태동기부터 화면의 앞뒤를 구분하는 관행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제시해온 바 있다.

공허한 바람결을 포착해 캐스팅한 모습이다. Blankwind 시리즈는 변화무쌍하고 덧없는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쉘위댄스는 이경규와 홍재진으로 이루어진 스튜디오이며,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접점이 만들어내는 정취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작업은 가늠하기 어려운 형태를 심미적으로 다듬어 내는 과정이다.바람, 파도, 빛의 유동적인 순간과 같은 나른한 자연의 움직임을 아름다움으로 보고, 재료로 표현한다. 단단하고 곡선이 없으나 열과 압력에 의해 일그러진 형태로 변형되는 아크릴의 재료 특성인 양면성-가공성과 투명성-에 매료되어, 호기심을 가지고 오브제 형태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한다. 조형의 결과가 우리 생활에 더 가깝게 자리할 수 있도록 유용성을 더하는 방식으로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종현은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50여 년에 걸쳐 유화를 다뤄왔다. 1962년부터 1968년까지 작가는 즉흥적인 추상예술 경향인 앵포르멜 스타일의 추상 유화 작업에 몰두했다. 이후 전위적 미술가 그룹인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결성한 1969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석고, 신문지, 각목, 로프, 나무상자 등 오브제를 중심으로 한 ‘물성 탐구의 기간’을 거쳤다. 이 시기에 작가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 군량미를 담아 보내던 마대자루를 비롯해 밀가루, 신문, 용수철, 철조망 등 비(非)미술적이고 비(非)전통적 매체로 캔버스의 양면을 모두 활용하는 실험적인 작업방식을 시도했다. 그리고1974년부터 지금까지 마대자루를 활용한 경험에서 출발, 고유한 기법으로 자리매김한 ‘접합’ 연작을 완성해가는 중이다. 하종현은 올이 굵은 마포 뒷면에 두터운 물감을 바르고 천의 앞면으로 밀어 넣는 배압법(背押法)을 통해 독창적인 작업 방식을 구축했다. 앞면으로 배어 나온 걸쭉한 물감 알갱이들은 나이프나 붓, 나무 주걱과 같은 도구를 사용한 작가의 개입으로 다시 자유롭게 변주되고, 마침내 물질과 행위의 흔적이 결합된 결과물로 완성된다. 특히 캔버스 뒷면에서 앞면으로 물감을 밀어내는 방식의 파격적 방법론에는 작가가 추구해 온 기성 형식에 대한 저항적 태도가 담겨 있다. 그는 단색화 태동기부터 화면의 앞뒤를 구분하는 관행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제시해온 바 있다.

강서경은 한국의 여러 전통적 개념과 방법론을 참조해 자신만의 조형 논리로 직조해 내는 작업을 해왔다. 조선시대 궁중 무용 춘앵무와 유랑 악보 정간보를 재해석한 <자리 #23-05> 에서 강서경은 화문석을 사각 철제 프레임과 결합해 벽에 그림처럼 걸어 놓는 형태로 만들었다. 춘앵무는 궁중무용 중 극히 드문 1인무로, 절제되고 우아한 움직임 속에 서사와 시간을 담고 있다. 이 춤은 화문석이라는 자리 위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는 무용수의 움직임이 이뤄지는 공간이자 그 움직임을 제한하는 물리적인 경계이다. 수공으로 한 땀 한 땀 제작된 화문석은 개개인의 운신을 위해 주어진 최소한의 공간을 이야기하며 다채로운 색상의 철제 격자 구조와 겹쳐져 두께와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이 사각 프레임은 작가의 시선을 담아내는 회화의 단위 공간이자 소리와 시간이 담기는 정간보의 한 칸으로, 화문석과 사각 프레임이 조형적, 개념적으로 결합된 이 작품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생의 시간을 살아가는 개개인의 보이지 않는 몸짓이 담겨 있다.

<세기의 선물>은 단순한 거대 조각 덩어리가 아닌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공감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의해 예술로 완성된다. 예술은 멀고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깝고 낮은 곳에 있다. 호텔 나루를 위해 제작된 이 작품은 작가 고유의 모듈 쌓기 방식과 다채로운 색상을 사용해 고전주의와 바로크 양식 기둥의 화려한 형태를 재해석하였다. 바라보는 이에게 예술을 보는 감상의 즐거움과 더불어, 전통과 역사 속 탑의 기원적 의미를 내포하며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다. 관람객은 작품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그 기록을 공유하거나 참여하는 활동 등을 통해 손쉽게 예술가가 될 수 있다. 그 순간 작품은 일상에 활력을 주는 기념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