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영감
서울이 지닌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한강의 풍경을 빌려와 호텔의 모습으로 완성된 호텔 나루 서울 – 엠갤러리는 나만의 시적인 영감(poetic inspiration)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서울이 지닌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한강의 풍경을 빌려와 호텔의 모습으로 완성된 호텔 나루 서울 – 엠갤러리는 나만의 시적인 영감(poetic inspiration)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저기 좀 봐,
짐을 풀기도 전에 너는 말하고
고개를 돌리자
물 위로 명멸하는 빛들이 보인다
일렁이는 물
그 너머로 펼쳐지는 도시와
반짝임들
우리 마음의 작은 빛에
창밖의 빛이 겹치는 순간
너의 얼굴이 밝아진다는 생각
우리 삶의 곡선이
부드럽게 교차하고 있다는 생각
잠든 너의 얼굴을 보며
그 안에 깃든 빛을 발견하고
이 하루가 영원히 기억되리라는 생각이
펼쳐진 풍경 위로 지나간다
1.
밤과 새벽이 물고기처럼 몸을 바꾸는 곳
이곳에서 당신은 멀리 갈 수 있습니다
노를 저어 나아가다 멈출 수 있습니다
떠난 곳에서부터 도착한 곳에 이르기까지,
오늘은 언제나 첫 오늘입니다
거울을 향해 말을 거세요
과거를 밀치며 나아가세요
당신의 처음 얼굴을 데려오세요
흰 시트로 덮인 침대에 앉으면
당신은,
비로소 당신을 처음 만납니다
2.
객실에서 한강을 사용하세요
마음을 흐르게 두세요
크고 둥글게 휘어지도록
당신은 서울을 서울 밖에서 보는 사람,
세상이 천천히 일어나고
강과 차와 사람이 움직이다
이곳으로 흘러드는 것을 느껴 보세요
비밀이 벽을 타고 흐르다 사라지고
복도에는 고요가 그득합니다
3.
날씨와 식사, 안온한 기분
이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전부입니다
거울을 보세요
거울에서 다른 것을 보세요
당신 안에 깃든 숨은 힘
시간, 음악, 역사, 자유를 꺼내세요
창밖으로
처음 보는 바람이 지나갑니다
4.
고독의 가장 좋은 부위는 호텔 새벽에 있습니다
베개 위에서 고독을 품으세요
두려워 말고 어둠이 되세요
아침이 오면
당신을 위한 깨끗한 식사가 기다릴 거예요
출근길은 바쁘고 퇴근길은 길다
요리 설거지 빨래 청소
살림은 쳇바퀴처럼 돌아간다
지쳤다는 것은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갔다는 것
지속하기 위해 한 걸음 뒤로 물러서야 한다는 것
시간이 필요하다
내 시간이, 우리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름 아닌 다른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라서, 함께여서
제각각의 빛으로 물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출퇴근 없이도 흘러가는 날이
살림 대신 삶을 앞세우는 곳이
위하는 일이 아닌 향하는 일이
나에게로, 우리에게로 기울어지는 일이
절실해서
오늘 여기에 왔다
사는 일은 좀체 익숙해지지 않고
잘 사는 일은 별자리처럼 멀게만 느껴지지만
어떤 시간에는
희미한 기억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잃어버린 퍼즐 조각들이 공간을 가득 메우는 것이다
난생처음 달콤함을 느꼈던 순간
어질어질해서 보니 사랑에 빠져 있던 날
마음이 통하는 이들과 물길을 내던 해
밤낮없이 한 가지에 몰두하던 시절
내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낯선 공간에서 펼쳐지는 익숙한 시간이
익숙한 공간에 수놓이는 낯선 시간이
한강에 배 지나간 자리는 없어도
창밖 어느 물줄기에 나는 열매처럼 매달리는 것이다
여기에 오면
몸을 쭉 뻗게 된다
마음이 반죽처럼 쭉쭉 늘어난다
여기에 오면
막혔던 것이 뚫린다
막막했던 것이 후련해진다
벽은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기대는 것이다
자세는 바닥에서부터 시작된다
표정은 비로소 안에서 싹튼다
기지개는 내일을 향해 켜진다